안녕하세요.
개인적으로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서 포스팅을 두어달 하지 못했습니다.
집사람이 희귀난치병으로 석달 정도 대학병원에 입원했다가 다행스럽게 적절한 치료를 받고 지지난 주 화요일인 6월 18일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힘들었던 많은 순간들을 무사히 넘어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 건 많은 분들의 도움과 기도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작지만 힘을 다하여,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데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 살아 가겠습니다.
몇 개월이 될 지 몇 년이 될 지 모르겠지만, 회복을 향해서 새로운 항해를 함께 시작하려 합니다.
이만한 걸,. 정말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병원에 있을 때 가끔씩 떠 올랐던 빔 벤더스 감독의 2023년작 퍼펙트 데이즈의 OST를 대강의 내용과 함께 소개합니다.
도쿄 시부야 특별구에서 공공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는 히라야마("야쿠쇼 코지" 분)의 일상과 일생을 담담히 그린 영화로 제 76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입니다.
영화 "쉘위댄스"에서부터 일본 드라마 "더 데이즈"까지 폭넓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매력적인 주연배우 "야쿠쇼 코지"는 제작에도 참여 했습니다.
60대로 보이는 청소부 히라야마는 굉장히 과묵하고 자신의 일상에 충실합니다.
어차피 다시 더러워질 화장실을 묵묵히 열심히 청소합니다.
근무시간중 시간이 나면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들을 보거나 사진찍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어떤 때는 그들 나무와 햇살들에 반갑다고 혹은 고맙다고 눈인사를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길 가 모퉁이에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당장이라도 꺾일 듯한 여린 잡초를 고이 담아와 집에서 화분에 넣어 기르기도 합니다.
청소부 일을 마치면 집으로 돌아와 찍었던 나무가지와 햇빛 사진을 인하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동네목욕탕에 가거나, 지하철역 안에 있는 간이 식당에서 하이볼이나 청주를 마십니다.
밤에는 휑해 보이지만 온기가 남은 자기 방에서 문고판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다가 잠들어 새벽에 들려오는 빗질 소리에 깹니다. 그의 꿈속에는 나뭇잎 사이로 흩뿌려지는 햇빛이 스쳐 지납니다. 그는 일상의 편린을 거의 매일 꿈을 통해 되새김질합니다.
엔딩 크레디트 마지막에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木漏れ日(こもれび,코모레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일렁이는 햇살
코모레비는 그 순간에만 존재합니다.
우리에게는 단 하나의 삶이 있어. 매 순간을 충실히 살자.
영화 초반, 새벽에 작은 차를 타고 일터로 향하는 히라야마가 튼 카세트 테이프에서 영국 밴드 The Animals 버전이 흘러 나옵니다.
"해 뜨는 집"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이 곡은 미국의 전래 민요로 애니멀즈가 부른 1964년 버전이 가장 유명합니다.
애니멀즈는 이 곡으로 당시 빌보드 핫 100에서 1위를 기록하면서 스타덤에 오릅니다.
비교적 간단한 코드 탓에 기타 초보자들이 거의 거쳐가는 아르페지오 연주곡으로 국내에서 인기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노랫말이 너무 어둡다는 이상한 이유로 1970년대 초 방송 및 음반 판매금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밥 딜런이 통기타를 버리고 일렉 기타를 시도하게 된 동기를 부여한 곡이라는 평도 있습니다.
이 곡은 영화 중반부쯤 다른 버전으로 또 나옵니다.
히라야마의 단골 선술집 여주인으로 분한 가수겸 배우 "이시카와 사유리"가 다음의 대사 후 "치아키 나오미"가 부른 일본어 버전의 곡을 커버합니다.
왜 모든 것이 예전 그대로일 수 없을까요?
공원에 있는 벽이 투명한 화장실의 사용법을 묻는 흑인 여성에게 사용법을 보여주고 차를 타고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흘러나오는 곡입니다.
이 곡은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대부로 평가받는 미국의 록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1969년 발표곡입니다.
우리에게는 90년대 영화 "접속"에 실리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히라야마는 매일 새벽 집앞의 자판기 기계에서 동전으로 음료를 빼 마시고 차를 몰아 출근합니다.
어느 출근 길에 흘러나오는 음악입니다.
R&B 장르의 새로운 스타일, 즉 소울 음악의 시대를 연 주역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오티스 레딩이 비행기사고로 사망하기 사흘 전에 녹음한 곡입니다.
히라야마, 그는 일을 할 때도 대체로 말을 하지 않는 듯 합니다.
동료 청소부 타카시의 여자친구인 아야로부터 기습 뽀뽀를 당한 후에도 그랬습니다.
그가 집에 돌아와 누워있을 때 흐르는 이 영화의 주제곡입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리더였던 루 리드의 1972년 곡입니다.
정말 완벽한 날이에요. 당신과 함께 보내서 너무 기뻐요.
오, 정말 완벽한 날이에요, 당신으로 인해 나는 계속 살아가요.
당신으로 인해 나는 계속 살아가요.
비틀즈, 더 후, 롤링 스톤즈와 함께 브리티쉬 인베이전의 주축이였던 밴드, 킹크스의 1966년 곡입니다.
세금 징수원이 내 돈을 다 가져갔어요.
나는 화려한 집에 남겨뒀지요.
햇살 가득한 오후에 긴장을 풀며
내 보트를 조종할 수 없어서
그가 내 모든 것을 가져갔어
갖고 있는 건 이 햇살 가득한 오후뿐이야.
뻔하기 짝이 없는 히라야마의 일상에 성장통을 겪는 듯한 그의 조카딸 니코가 기별도 없이 찾아옵니다.
그녀와 함께 출근하는 차안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곡입니다.
밴 모리슨이 1967년 발표한 곡입니다.
히라야마는 니코와 함께 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며 인생에 대해 나름의 조언도 해 줍니다.
나중은 나중이고, 지금은 지금이야. 今度は今度, 今は今
니코의 엄마인 히라야마의 여동생이 기사 딸린 차를 타고 와 니코를 데리고 갑니다.
떠나기 전, 아주 오랜 만에 만난 오빠에게 요양원에 계시는 아버지가 지금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니 시간나면 한번 만나보라고 합니다.
그녀들이 떠난 후 히라야마는 뜨거운 눈물을 흘립니다.
전날 밤, 말기 암 환자인 단골 선술집 여주인의 전 남편과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하고 돌아온 히라야마는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뒤 카세트 테이프로 이 곡을 들으며 출근합니다.
니나 시몬즈의 이 곡이 끝날 때까지 운전하는 히라야마의 얼굴이 오랫동안 클로즈업되면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기쁨과 불안, 희망과 회한, 우리의 모든 감정이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갑니다.
바람이여 스쳐가라. 바람아 내 마음 알지?
새벽이 오고 있어... 새로운 날들이 시작되고 있어.
눈을 뜨는 아침.. 새 날이 밝았어.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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