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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음악화)잭 케루악 - 길 위에서

북중미

by 가쁜사 2026. 7.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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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동료를 형상화한 딘 모리어티와 샐 페러다이스가 등장하는 소설 '길 위에서( On the Road)'를 낳은 음악과 또 그 소설이 낳은 음악을 전해 드립니다.

빠른 타이핑을 위해 자신이 제작한 102피트 짜리 두루마리를 보는 잭 케루악

 

어느 나라이건 세대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주로 성장한 시대적 환경의 차이, 기술과 문화의 급격한 변화, 그리고 경제적 경험의 차이가 세대간의 갈등을 불러옵니다. 우리의 '오렌지족'이니 '야타족'처럼, 일본은 '단카이세대', '버블세대', '취직빙하기세대', '유토리, 사토리세대'  그리고 미국에는 '상실의 세대', '비트 세대' 등이 있습니다. 비트 세대(Beat Generation, Beatnik)는 세계 대전 후 풍요로워진 서양사회에서 기존 기성세대의 질서에 저항하며 본인들의 개성추구와 기행을 일삼았던 1920년대에서 1930년대에 출생한 미국의 세대를 말합니다. 여기에서 비트는 '지치다', '축복받은' 이라는 상반된 의미를 동시에 가진 단어로 잭 케루악이 명명했고, 이 소설 '길 위에서'는 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과 함께 비트 세대의 성전과도 같은 작품이 되었습니다.

잭 케루악 자신과 일명 '덴버의 색마 아도니스'라 불린 동료 작가 닐 캐시디와 함께한 미국 서부와 멕시코 방랑기를 모티브로 한 이 소설은 여기 저기서 퇴짜를 맞다가 탈고 후 6년이 지난 1957년 출판되어 파격적인 내용으로 당대 청년층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삶의 은유로서의 여행, 자유로운 이동과 재즈 음악, 우정, 즉흥적인 삶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 탐색에 초점을 맞춘 이 소설은 이후의 반문화운동, 히피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당대 재즈클럽을 다니던 몇 안되는 백인 중 한 사람이었던 잭 케루악은 재즈 연주에서 영감을 받은 즉흥적이고 리듬감있는 산문 작법 '즉흥적 Bob 운율법'을 고안했고 TV 프로그램에 나와 낭독하기도 했습니다. 케루악은 재즈 연주자들의 기법을 관찰하여 자신의 작법에 응용하였는데, 재즈 연주자들이 메인 테마를 두고 매일 제로베이스에서 즉흥적으로 변주하듯이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장점이 많았지만 지나친 음주와 약물 복용, 그리고 한번 쓴 것은 고치지 않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었습니다.

한편 이 책을 읽은 젊은이들중 적지 않은 수가 그의 책에서 얻은 팁으로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훗날 많은 음악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Slim Gaillard

Cement Mixer

작가가 사랑하였던 재즈 음악가 슬림 가이야르(Slim Gaillard)는 비밥 시대의 이단아였습니다. 기타를 치고,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부르면서 의미 없는 언어와 즉흥 연기를 섞어 공연했습니다. 그가 만든 'Vout(바우트)'라는 엉뚱하면서도 유머스러운 가상 언어는 당시 젊은이들에게 일종의 자유 선언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케루악은 소설 '길 위에서' 속에서 여러 차례 그를 언급하며, 그의 공연을 거의 황홀경에 가까운 경험으로 묘사합니다. 슬림 가이야르는 비트 세대에게는 단순한 재즈 연주자가 아니라 언어와 음악으로 기존 질서를 뒤흔든 자유의 상징이었습니다.

이 곡은 처음 들으면 거의 코미디송처럼 들립니다. 'Put-ti, Put-ti'라는 의성어를 반복하면서 시멘트 믹서가 돌아가는 소리를 흉내 내는데 그 반복은 스윙과 비밥 특유의 리듬감을 극대화해 주고, 자동차 바퀴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소리처럼도 들리고, 엔진의 규칙적인 진동으로도 느껴집니다.

'길 위에서'가 자동차 여행 소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노래는 의외로 작품과 잘 어울리는 사운드트랙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Yip Roc Heresy

역시 범상치 않은 이곡에서는 'Yip', 'Roc', 'Vout' 같은 의미를 딱 잘라 번역하기 어려운 소리들이 계속 튀어나옵니다. 케루악은 문장이 논리적으로 완결되는 것보다 말이 흘러가는 리듬을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On the Road'를 읽다 보면 문장이 마치 숨을 몰아쉬듯 이어지는데, 슬림 가이야르의 이런 즉흥적인 언어 감각에서 영감을 받은 거 같습니다.


'어, 케루악이 이런 음악을 들으며 자신만의 문체를 만든 모양이네.' 

 

Charlie Parker

Ornithology

'새'라는 닉네임으로도 유명한 앨토 색소포니스트 찰리 파커는 1940년대 초반 Dizzy Gillespie와 함께 뉴욕의 잼 세션에서 새로운 재즈 언어, 비밥(bebop)을 탄생시키고 발전시켰습니다. 빠른 템포, 복잡한 화성 진행, 자유롭고 정교한 즉흥연주를 특징으로 하는 비밥은 스윙 시대 이후 재즈의 방향을 바꾸었으며, 파커는 그 운동의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비밥 역시 록과 마찬가지로 청년 문화와 음악이 조우한 대표 사례로 꼽히는데, 이 책 '길 위에서'는 즉흥성, 반항과 자유의 추구, 그리고 고쳐쓰기나 퇴고가 없는 원고 등의 측면에서 비트문학과 비밥의 연관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찰리 파커가 만들고 연주한 Ornithology(조류학)입니다.

이 곡은 다른 노래의 코드 진행 위에 새로 만들어진 멜로디가 입혀진 형태인 콘트라팩트(contrafact) 이기도 합니다. 이 곡의 경우는 스탠더드 곡 'How High the Moon' 위에 작곡되었습니다.

 

George Shearing

September in the Rain

영국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조지 시어링(George Shearing) 경의 연주입니다. '길 위에서'에서 조지 시어링은 특정한 한 곡의 연주자가 아니라, 재즈가 사람을 황홀경으로 이끄는 순간을 상징하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그의 대표 연주인 September in the Rain을 들으면, 케루악이 왜 그의 피아노에 그토록 매료되었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곡 '9월의 비'는 1937년 영화 Melody for Two에 소개된 후 다양한 음악가들에 의해 해석되고 있습니다.

 

reciting a passage from 'On The Road.'

잭 케루악이 TV쇼에 나와서 자신의 책을 낭독하는 1959년 영상입니다.

3분 28초부터 이 책을 쓰게 된 케루악의 짧은 고백이 있고 5분 쯤부터 이 책의 결말을 낭독하는데, 확실히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리듬감있게 술술 읽혀지는 것 같습니다.

그는 어느 저녁 무렵 콜로라도의 메마른 서부와 가난한 유타주가 서로 만나는 지점에서 자신을 재촉하는 하나님의 환상을 보고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모두가 죽을 거라는 생각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어서 가라, 얘야. 땅 위를 가라. 인간을 위해 신음하라. 가서 신음하라.

...

가서 꼬투리 속의 새로운 씨앗이 되어라. 가라, 가라, 이 세상을 떠나 죽어라. 너를 잘 기억하고 진실되게 기억하리라.

 

The Doors

Roadhouse Blues

짐 모리슨과 레이 만자렉 등 The Doors의 모든 멤버들 역시 잭 케루악의 이 책과 비트 문학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여러 번 얘기했습니다. 자유와 방랑, 경계 넘기의 정신을 계승했습니다. 특히 모리슨은 시를 쓰고, 즉흥적으로 공연하고, 기존 질서를 거부하며, 끝없는 자유를 추구헸는데, 그런 그의 삶의 방식은 케루악의 영향을 받은 비트 세대의 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영향을 받은 곡이 여럿 있지만 1969년 발표된 이 곡도 그 중 하나로 미국 로드 컬쳐를 대표하는 노래 가운데 하나로 남게 됩니다.

 

길에서 눈을 떼지 말고, 운전대는 놓지 마라.

 

Bob Dylan

Just Like Tom Thumb's Blues

케루악의 길이 '가자! 세상은 넓다'라는 가능성의 공간이라면, 딜런의 길은 '가봤더니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더라'라는 환멸과 아이러니를 품은 공간입니다.

이 곡의 배경은 멕시코의 국경 도시 후아레스(Juárez)이고, 화자는 술과 마약, 피로와 혼란 속에서 방황합니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고, 길 위의 낭만은 점차 피폐함으로 변해 갑니다.
제목의 'Tom Thumb'는 동화 속 '엄지동자'를 가리키지만, 딜런은 세상 속에서 길을 잃은 작은 인간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길 위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의 블루스입니다.

 

난 뉴욕으로 돌아갈 거야. 이제는 정말 충분히 겪었어.

 

On the Road Again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밥 딜런 또한 '내 인생을 바꾼 책' 가운데 하나로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가 케루악의 소설을 직접 옮긴 작품이라는 건 아닙니다.

1965년 발표한 이 곡은 딜런 특유의 블랙 유머가 가득한 노래로, 괴상한 가족과 답답한 환경을 벗어나 '다시 길 위로 나가야겠다'는 화자의 말은 비트 세대가 남긴 '길 위의 정신'을 딜런 식으로 비튼 것으로 보입니다.

 

Tom Waits

Jack & Neal

쓸쓸한 음유시인 톰 웨이츠의 이 곡은 소설의 주인공인 잭 케루악과 닐 캐서디에게 바치는 헌사 그 자체입니다.

술집, 밤거리, 떠돌이, 패배한 사람들,...

톰은 두 사람을 단순한 문학가가 아니라 미국 방랑 정신의 상징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잭과 닐, 잭과 닐, 잭과 닐...

 

Patti Smith

Birdland

비트 세대의 정신을 가장 시(時)적으로 계승한 록 뮤지션으로 비트 문학의 정신을 펑크 시대까지 이어 준 패티 스미스는 잭 케루악, 엘런 긴즈버그, 윌리엄 S. 버로스 같은 비트 문학 작가를 젊은 시절부터 탐독했습니다.
특히 그녀는 앨런 긴즈버그와 실제 친구가 되었고, 뉴욕에서 함께 교류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시적인 가사와 낭송 스타일은 비트 문학, 특히 앨런 긴즈버그의 영향이 매우 짙습니다.

이 곡 Birdland는 10분 가까운 시 낭송과 음악이 이어지는 작품인데, 거의 비트 시를 록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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