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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Roy Buchanan "Hot Cha"

북중미

by 가쁜사 2018. 2. 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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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 곡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1988년 8월 14일, 진정 실력있는 한 고집스럽고 순박한 음악가가 대중으로부터 별로 사랑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블루스 기타에 관한 한 최고의 백인연주자였던 그의 이름은 로이 부캐넌(Roy Buchanan: 1939 ~ 1988)으로, 블루스에 컨트리, 로커빌리, 재즈 및 심지어 가스펠적인 요소까지 가미하여 자기 나름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표현하였던 거장입니다. 위키에서는 가장 위대한 무명의 백인 블루스 기타리스트라고 표현되어 있군요.


당시 그의 음악은 대중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뮤지션들이 존경하는 뮤지션'으로만 명성이 높았을 뿐, 대중들에게는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보통,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록계입니다)라 하면 "에릭 클랩톤". "제프 벡", "지미 페이지"를 꼽곤 하는데, 이들 공히 존경해 마지 않는 인물이 로이 부캐넌이라 합니다.
어쨋든 이러한 그의 음악적 고집때문에 자연히 영리를 추구하는 소속 레코드사와의 불화가 생겼고, 생활도 곤궁하였다 합니다.


78년에 일본으로 투어한 것은 좀 예외적인 일이긴 하지만, 그는 자기 집 근처를 벗어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주로 미국 남부에서 활동하였습니다. 어떤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과 상업성이 잘 영합되지 않았나 본데, 대체 살아생전에 가치를 인정받은 사람이 왜 극소수에 불과한지 속이 상할 따름입니다.
무릇 사람들은 시기심이 많나 봅니다.
로이와 같은 버지니아인인 에드가 앨런 포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한 것 같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아마도, 그들은 살아 생전에 자신의 재능으로 현실적인 생활고가 어느 정도 해결되기를 학수고대했을 것으로 믿어 마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의치 않았다고 생각되니 씁쓸하고, 만일 그들이 당대에서 어느 정도의 명성과 그래서 부를 얻었다면 그들이 남긴 것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쨋든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로이의 음악에 미국 남부 특유의 끈끈한 땀 냄새가 물씬 풍기며, 자잘한 기교를 넘어서는 깊은 감정이 충만해 있음은 커다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연주에 마음을 담아 보내는 몇 안되는 연주자였으며, 또 그것은 고단한 삶을 노래하는 블루스의 진정한 정신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그의 연주곡들은 슬프게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는 그가 72년에 발표한, 셀프 타이틀의 첫번째 앨범에 수록된 "The Messiah Will Come Again"이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마치 고해성사를 하는 듯한 경건한 분위기로 시작하는 이 곡은 듣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자아 내게 합니다. 그 외에 "Roy's Bluz", "Sweet Dream", "Hey Joe", "Further On Up the Road", "I'm a Ram", "I'm a Evil"등 그의 많은 연주곡들이 심금을 울립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로커빌리풍의 "Haunted House"도 좋아합니다.
오늘 선곡할 곡은 명반 "Live Stock"(1975년작)에 수록된 "Hot Cha"입니다. 쿠바의 뜨거운 리듬인 '차차차' 위에 블루스적인 흐느적거림을 기가 막히게 연출한, 출렁거리며 춤추는 듯한 올갠과 로이의 감정이입된 기타의 향연이 예사롭지 않은 곡입니다.

그의 곡을 알려드리게 되어 저로서는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몇 안 되는 그의 영상중에서 오리지날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것을 골랐습니다. 화질은 좋지 않습니다.


 


아래는 그를 생각하며 제가 쓴 단편입니다.


버지니아주 Reston의 선술집인 Ruby Tuesday’s에서, 로이 부캐넌은 서너시간 째 그의 오랜 친구이자 프로듀서인 엘우드브라운과 마주 앉아 있었다.
빈 술병이 탁자위에 있었고, 로이의 왼손에는 반쯤 채워진 술병이 들려 있었다. 진한 코발트 빛 나무 탁자위에는 그의 '펜더 텔레캐스터 53년식'이 얹혀 있었다.
"이보게, 로이."
오랫동안의 무거운 침묵을 깨고 앨우드가 말을 했다.
"내 생각에는, 이번 녹음을 마친 뒤, 자네가 잠시 치료를 받는 것이 어떨까 하네. 아주 잠깐이면 될거야."
눈이 반쯤 잠긴 로이는 빙긋 웃으면서 나즈막히 말했다.
"그러쟎아도 말이야. 그럴까 하고 있었어. 요즘 쥬디가 날 무서워하고 있는 것도 같고해서 말야.... 아 참 아내가 쇼핑보고 일찍 오라고 했는데 이만 일어서지. 술도 먹지 않기로 했었는데, 이거 큰일이군."
그들은 담배를 한대씩 피우고 헤어졌다.

로이는 집에 돌아와 7살난 아들에게 입을 맞추려 했다. 아이는 술 냄새를 피하려고 그를 외면했다.
주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로이는 식료품을 꺼내 냉장고에 넣었다. 식탁위에는 각 종 청구서가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침대에 몸을 눕힌 로이는 생각에 잠겼다.
'내가 선택한 거야. 그 때 믹 재거의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폴리도어 친구들 돈 좀 벌었을까. 아마 그랬을 거야. 그나저나 쥬디에게도 얼마간의 돈이 꼭 필요할텐데,.....빌어먹을, 이번 앨범은 사람들이 좀 좋아했으면 좋겠는데,......사람들은 왜 내 음악을 듣지 않는 걸까. 갈수록 연주하기도 버거워지는데,.......연주를 해서 먹고 사는 건 너무 힘들어. 하긴 예전에는 내가 이발도 한 적이 있지. 그것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어. 하지만, ...난 아무래도 이게 좋은 걸,....에릭 클랩톤 그 친구가 내가 세계 최고라고 했다지 아마. 음,..... 그 친구도 최고야. 너무 블루스에만 집착한 면이 있긴 하지만, 그러고 보니 요즘 제프와 연락을 하지 않은지가 꽤 되는군. 그렇게 훌륭한 곡을 나를 위해 만들었다니, 참 기분 좋은 일이었어.......으음.....'
그는 제프벡이 자신에게 헌정한 'Cause We've Ended As Lovers'의 도입부를 흥얼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몹시 화가 난 표정의 쥬디가 로이의 발끝에 서 있었다. 그녀는 벽에 붙어 있는 전화기를 들고 경찰에 연락했다.
로이는 두 명의 경찰에 연행되어 Fairfax에 있는 성인검사센터에서 약물 및 알콜검사를 받고 보안관 사무소로 유치되었다. 기소 이유는 Public Intoxication(공공장소에서 중독상태로 공개되었을 때 범죄 행위로 다루어지는 것)이었다.

로이는 R-45 독방에 감금되었고, 감금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후두가 짓이겨진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하였다. 흥분한 보안관은 떨리는 목소리로, 독방 문 위의 잘룩한 부분에 로이가 자신의 티 셔츠를 이용하여 목을 맸다고 진술했다. Fairfax같은 시골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건은 아니었다.또 다른 목격자는 로이의 머리에 심한 타박상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시보고서에는 그러한 진술이 포함되지 않았다. 로이를 아는 사람들은 그의 자살기도가 이전에 세번 정도 있었다고 수군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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