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포크와 블루스의 서정을 독특한 허스키 보이스로 표현하는 한영애의 노래 몇 곡을 전합니다.
우리나라 포크음악과 블루스 음악을 이끌어 온 이정선의 해바라기와 엄인호의 신촌블루스를 결성한 멤버이기도 합니다.
1976년에 이정선, 이주호, 김영미와 함께 4인조 포크 그룹 '해바라기'로 음악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 길이 내 길인가, 계속 가야 하나'라고 고민하던 중, 6년간의 연극활동과 공백기를 포함하여 약 10년의 기간 동안 가요계를 떠나 있다가, '아, 내겐 음악이 있었지'라는 생각에 서른한 살이 되는 1986년에 '여울목'을 발표하며 가수활동을 재개했습니다.
모창을 허용하지 않는 독특한 허스키와 거친 감성이 묻어 나오는 보이스로 우리나라 블루스 장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가수입니다.
1999년 발매한 5집 앨범에 수록된 '봄날은 간다'의 리메이크 버전입니다. 원곡은 1953년 한국전쟁중 발표한 백설희의 데뷔곡이고, 2009년 조사에 따르면 현역시인들이 좋아하는 노랫말 1위를 차지했습니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노래말과 한영애 특유의 허무한 보이스가 잘 어울립니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여울목은 강이나 시내에서 유독 물살이 센 곳을 일컫는 우리말입니다. 경사가 지거나, 커다란 돌 때문에 또는 폭이 좁아지거나 얕아져 턱이 생겨 물결이 거칠어지는 곳입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이라는 구절로 유명한 소월의 개여울은 개천의 여울을 뜻합니다. 어쩌면 그 흔들리는 물살과 소리가 너무 힘들지는 않을 수도 있기에 굳이 잊을 필요까지 없다고 시인은 얘기하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너무 여려지는 때가 있을 수도 있죠. 어쨌든 인생에서 평탄하지 않은 여러 자잘한 시기가 대입되는 여울은, 시와 노래에 자주 등장하는 일상의 장소인 거 같습니다. 10년간 가요계를 떠났던 그녀 또한 이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꿈을 회복한 듯 합니다.
어느 날 거센 물결이
굽이치는 여울목에서,
나는 맴돌다 꿈과 헤어져
험하고 먼 길을 흘러서 간다
...
눈물겹도록
지난 날의 꿈이 그리워
은빛 찬란한 물결 헤치고 나는 외로이 꿈을 찾는다
'개똥벌레'와 '홀로 아리랑'의 작곡가 '한돌'이 만든 애잔한 노래입니다. 한영애 1집에는 이 곡 '완행열차'와 함께 '여울목', 엄인호의 '도시의 밤', 이정선의 '건널 수 없는 강'도 함께 수록되었습니다.
가수로 활동하고자 1976년 MBC에서 주최한 전국신인가수 선발대회에 번안곡을 가지고 출전하였습니다. 홍콩에서 열리는 동남아가요제에 출전할 가수를 뽑는 것도 겸했나 봅니다. 당시 악단장이었던 김강섭씨는 한영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봐, 이런 데 나오지 말아, 이런 데 나오는 사람이 아니야.'
1992년의 3집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한영애의 네임밸류로 알려지다가, 1993년 63빌딩에서의 '아.우.성'이란 콘서트의 라이브CD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저런 사람이 세상에서 쓰러지면 안 되지' 라는 심정을 안고,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강원도 태백에 사는 한 남자를 모델로 해서 만든 곡이라고 합니다.
'누구 없소', '코뿔소', '루씰' 등이 수록된 그녀의 앨범 '바라본다'는 수년에 걸쳐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포함되었습니다.
그녀의 맑지 않은 보이스가 훵키 리듬과 잘 어울리는 묘한 매력의 2001년 발표곡입니다.
좋은 곡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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