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있는 아르메니아의 대중음악을 전해 드립니다.

코카서스 산맥에 위치한 아르메니아는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있는 나라이고, 지리적으로는 서아시아에 속하지만 과거 소비에트 연방의 일원이기도 하여 동유럽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본토 인구 300만 명의 2배가 넘는 약 700만 명이 러시아, 미국, 프랑스 등 전 세계에 흩어 살고 있는 대표적인 디아스포라 나라이지만, 강력한 결속력이 유지되어 해외에 살고 있는 아르메니아인은 정체성을 지키며 본국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301년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삼은 나라이고, 수많은 외침과 디아스포라를 겪으면서 음악도 자연스럽게 그리움과 명상, 애도의 정서를 품게 되었습니다.
선율측면에서는 장조보다 단조가 많고, 동양적인 음계와 중동적인 장식음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 기도 같기도 하고, 민요 같기도 하고, 즉흥연주 같기도 합니다. 아주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아르메니아 교회의 합창 또한 깊이가 있습니다.
아르메니아를 상징하는 악기는 두둑(Duduk)으로 살구나무로 만든 관악기인데, 사람의 목소리처럼 떨리고 숨 쉬는 소리가 납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와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등 에서 사용되어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아르메니아는 전통음악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도 매우 발달하여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와 작곡가를 꾸준히 배출해 왔습니다.
주요 음악가별로 대표곡을 뽑아봤습니다.
아르메니아의 전설적인 두둑 연주자이자 작곡가입니다.
두둑 특유의 애수 어린 음색을 세계 무대에 알린 인물로, 전통 민속 악기를 국제적인 콘서트홀과 영화 음악의 중심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가 연주하는 'Dle Yaman'은 아르메니아 민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듣고 있으면 오래된 산맥과 돌 교회, 그리고 아련한 비애가 떠오릅니다.
아, 비통하도다
사야트노바는 18세기 코카서스 지역을 대표하는 아르메니아의 아슈흐(ashugh, 음유시인·음악가)로 아르메니아뿐 아니라 코카서스 전체에서 사랑받는 존재입니다.
그는 사랑, 영성, 인간의 고뇌를 노래한 시와 음악으로 유명하며, 아르메니아·조지아·아제르바이잔·페르시아 문화권 전체에 걸쳐 깊은 영향을 남겼고 오늘날까지도 코카서스 음악 전통의 정수로 평가받으며 현대에도 그의 노래는 계속 불리고 있습니다.
18세기 음유시인 사야트 노바의 사랑 노래는 오늘날 젊은 프로듀서들의 손에서 랩과 신디사이저를 만나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살아나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높은 산맥을 넘어온 슬픔과 사랑은 다른 옷을 걸쳤을 뿐 여전히 같은 선율을 부르고 있습니다. 새롭게 멋있게 재탄생되고 있습니다. 영상의 제목에 보이는 'Gubi Saxar' 는 사야트 노바 원곡을 현대적으로 재가공한 독립 프로젝트인 거 같습니다.
이 세상에서 나는 더 이상 탄식을 견딜 수 없네.
코미타스 바르다페트(Komitas Vardapet)는 아르메니아 민족음악의 기초를 세운 작곡가이자 성직자, 음악학자입니다.
그는 수천 곡의 민요와 교회 성가를 수집·연구하며 아르메니아 음악의 정체성을 체계화했고, 오늘날에는 현대 아르메니아 클래식 음악과 민족음악학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코미타스의 작품은 민속 선율과 예술음악을 자연스럽게 융합한 것으로 유명한데, 특히 'Patarag'(성찬예배곡), 'Krunk'(두루미)같은 곡은 아르메니아 전통 선법과 리듬을 현대적 합창 양식으로 재해석한 사례로 꼽힙니다. 2020년 하차투리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자 다이아나 아다미안의 Krunk 연주입니다. 아르메니아 사람들에게 있어 두루미는 다음을 상징하는 새라고 합니다.
떠나간 사람,
잃어버린 고향,
돌아오지 못한 디아스포라.
하스미크 하루튜냔는 아르메니아의 대표적인 전통 민요 가수이자 문화 보존가로, 수십 년간 정통 아르메니아 민속음악의 전승과 부흥에 헌신해 왔습니다. 특히 Shoghaken Folk Ensemble의 핵심 보컬리스트로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며 아르메니아의 고유한 음악 유산을 세계에 알린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화려하기보다 담백하며, 오래된 민요가 지닌 순수한 정서를 그대로 전합니다. 앨범 'American Lullabies'에 수록된 곡입니다.
아르토 툰치보야지안(Arto Tunçboyacıyan)은 아르메니아계 음악가이자 싱어송라이터, 타악기 연주자, 다중 악기 연주자로, 재즈·포크·월드뮤직을 독창적으로 융합한 인물입니다.
1957년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활동했으며, 자신이 만든 개념인 '아방가르드 포크(Avant-Garde Folk)'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그는 수십 년 동안 아르메니아 전통음악과 현대 즉흥음악을 연결하는 대표적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재즈와 포크, 즉흥연주가 자유롭게 뒤섞여 있으면서도 어딘가 아르메니아 산맥의 바람이 느껴지는 독특한 음악을 들려줍니다.
아람 하차투리안(Aram Khachaturian)은 아르메니아 출신의 소비에트 작곡가로, 20세기 음악계에서 민족적 색채와 화려한 관현악법을 결합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발레 '가야네(Gayane)'의 'Sabre Dance(칼춤)'와 '스파르타쿠스(Spartacus)'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아르메니아 민속음악을 국제적인 클래식 무대로 끌어올린 대표적 작곡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볼쇼이 발레단이 열연하는 발레 '스파르타쿠스'의 Adagio of Spartacus and Phrygia입니다.
호버 체임버 콰이어는 아르메니아의 대표적인 실내 합창단 가운데 하나로, 1992년 지휘자이자 음악가인 Sona Hovhannisyan과 예레반 코미타스 국립음악원 학생들에 의해 창단되었습니다. 코미타스가 채집한 곡 Yel, Yel를 들려 드립니다.
낮고 절제된 남성 성부가 반복되며 만들어 내는 울림은 노래라기보다 오래된 기도에 가깝게 들립니다.
| 소설과 영화의 한 장면같은 가사와 멜로디, Elvis Costello (2) | 2026.06.17 |
|---|---|
| (시네마뮤직) 검은 도시의 낭만, 누아르영화의 음악 (0) | 2026.06.11 |
| (Covers) Wild Mountain Thyme (0) | 2026.06.08 |
| 피요르드를 스치는 바람같은 소리, Jan Garbarek (0) | 2026.06.05 |
| (시네마뮤직)영화 음악의 모차르트, 조르주 들뢰르 (0) | 2026.06.04 |